‘위기의 가을!’

정치권에서 이르면 10월 목표로 대형마트 등의 강제휴무일을 일요일뿐 아니라 공휴일로 대거 확대하려는 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자 대형 유통업계가 ‘울컥’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일요일 강제휴무 일 수를 최대 4회까지 늘리는 법안’ 보다 규제 수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마트업계 내부에선 “더 이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자칫 관련 법안이 대통령 선거철을 맞아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분위기를 타고 통과될 경우 관련 업계의 생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10일 국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이미경(민주당) 의원과 정무위원회 송광호(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각각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대형마트 등의 강제휴무일을 법정공휴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이 의원 측은 “근로자 보호 차원에서 전국에 100명 이상의 고용인원을 두고 있는 곳의 경우 특별법안이 통과되면 즉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양측이 동일 규제를 발의한 상태여서 관련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치권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식경제위원회 김상훈(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8월 대표 발의한 ‘대규모유통업 거래 공정화법 개정안’에서 “대형 유통업체는 납품업체 등과의 주요 계약서 사본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외에 강제휴무 위반 시 과징금을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으로 높이고 신규 입점을 막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을 반경 1㎞에서 2㎞로 확대하며 조례개정 없이 법률만으로 강제 휴무케 하는 법안도 줄줄이 제기된 상황이다.

대형마트 업계 고위관계자는 “휴일 매출이 평일의 2~3배 수준”이라며 “불황 장기화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강제휴무일이 공휴일 전체로 확대되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임위나 전문성과 상관없이 19대 의원들이 유통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수많은 유통 규제 효과에 대한 검증 없이 이참에 이름만 알리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관련 법안 발의 사실이 알려지면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진다. 직장 여성 정혜경(40) 씨는 “500만 맞벌이 부부는 장을 보지 말라는 뜻”이라며 “본인이 직접 장을 본다면 이런 발의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