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투데이 안광석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소속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임직원들이 뇌물 수수비리 등으로 실형을 받고 퇴직할 경우에도 퇴직금 감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에 따르면, 한수원 직원의 경우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무원 의제를 받기 때문에 수뢰죄의 경우 중한 형으로 처벌을 받지만 퇴직금 지급규정에 있어서는 감액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앞서 울산지검 특수부는 원전 납품업체로부터 최소 1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까지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수원 간부 22명을 포함한 임직원 35명을 구속하거나 기관통보했다고 이달 중순 발표한 바 있다.

현행 공무원연금법에은 이같이 뇌물죄로 처벌될 경우 재직 기간 5년 미만은 4분의 1을, 5년 이상은 2분의 1을 퇴직금에서 감액하게 돼 있다. 하지만 한수원 내부규정에는 같은 상황이더라도 퇴직 전 1년 이내 지급된 연차휴가 보상금만이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됐다.

한수원 보수규정시행세칙 16조에 따르면, 업무와 관련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징계해임된 자에 대해서는 제1항의 평균임금 산정 시 퇴직 전 1년 이내에 지급된 연차휴가보상금을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

통상 뇌물죄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 실제 수수한 뇌물액의 10분의 1 정도라는 게 법조계 정설이다. 설사 뇌물 수수액을 추징하더라도 실제 액수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경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유죄로 확정돼 뇌물 수수액 추징을 한다 하더라도 유사사건 재발방지에는 전혀 효과가 없는 셈이다.

또한 한수원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이번 납품비리와 관련해 현재 기소된 22명의 작년 연봉은 평균 1억1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분을 보장받는 고액 연봉자들이 온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퇴직금까지 고스란히 받는 셈이다. 그럼에도 한수원은 이들에게 형사책임(징역형 또는 벌금형 그리고 추징금)을 제외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김 의원은 유사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단순 해임 뿐 아니라 ▲퇴직금 감액 ▲회사에 대한 명예실추나 영업방해 등을 이유로 형사책임 외에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비리 임직원들의 은익 및 치부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퇴직금 가압류 등 적극적인 법적 대처 등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비리사건의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한수원 보수규정세칙 등을 개정하고, 공무원 의제 규정으로 처벌되는 임직원의 경우에는 공무원연금법과 같이 퇴직금을 감액하도록 해야 한다”며 “구조적이고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비리임직원에 대하여는 손해배상 청구도 해야 국민의 법감정에 맞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한수원 임직원이 납품업체로부터 받아 챙긴 22억2700만원은 평균 1인당 1억원을 챙긴 셈으로, 한꺼번에 22명이 구속된 최악의 공기업 비리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공기업의 비리 임직원은 민사상 책임도 질 수 있다는 경고를 확실히 보여줘야 하며, 첫 번째로 퇴직금을 가압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26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지금까지는 노조와 노동법 등을 고려해 퇴직금 삭감 조치가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몰수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명예훼손과 영업방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시정 의사를 밝혔다.